국제e-모빌리티엑스포
탄생배경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가 탄생하기까지
산업전시 불모지 제주 운명 바꾼 ‘전기차 다보스포럼’
시작은 제주 남쪽 끝, 섬 속의 섬 가파도였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나란히 위치한 가파도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연중 방문객이 5,000명이 되지 않는 ‘사람이 그리운 섬’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작은 섬에서 ‘카본프리 아일랜드’라는 비전이 탄생하고 ‘전기차 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변화의 기운은 민간봉사활동에서 시작됐다. 가파도의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와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제주도 본섬과 뭍으로 떠나고 마을에 남은 건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파도를 찾아 ‘1사1촌’ 자매결연 맺고 도배.전기공사.집수리 등 민간기업 차원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제주도내 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됐다.
여기에 교수, 언론인, 금융인, 사업가, 엔지니어, NGO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참여해 지난 2009년 ‘가파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사모)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섬의 정체성을 지켜내면서도 가파도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드는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전신주 지중화 및 마이크로 그리드 국책과제 사업을 가파도로 가져오는데도 중심역할을 했다.
오늘날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이 사실 가파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사모의 활동을 바탕으로 2012년 4월, 녹색세상을 꿈꾸는 국제네트워크인 국제녹색섬 포럼이 설립됐다. 국제녹색섬포럼은 이후 탄소없는 섬 가파도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 방안들을 고민했다. 포럼을 개최하고 벤치마킹 사례를 찾고, 녹색섬을 꿈꾸는 세계인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산파역할을 했다.
또 다른 축은 2011년 6월 설립된 제주스마트그리드기업협회다. 앞서 2009년 말부터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시작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참여기업과 IT, 벤처기업들이 힘을 합쳤다. 신재생에너지의 섬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덴마크 본 홀름 섬과 가파도 간 교류를 추진하는데 가사모와 함께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과와 제주대 스마트그리드연구센터가 힘을 보탰다.
2012년 발표된 제주도의 미래비전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같은 해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 등 서서히 시대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제주를 지속가능한 녹색섬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과 제주의 신성장동력을 찾고 제주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고픈 이들의 노력은 점점 교집합을 찾았다. 바로 ‘전기차’였다. 자체적으로 포럼과 세미나를 하며 소규모 전시를 통해 조금씩 틀을 잡아갔다.
국제녹색섬포럼과 제주스마트그리드기업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산학연관 구성원들은 직접 발품을 팔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회를 설득했고 마침내 2013년도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 휴양형 MICE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선정됐다. 맨손으로 제주와 서울은 물론 세계를 누비며 일일이 ‘제주에서 전기차엑스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시킨 이들의 공로가 컸다.
2014년 3월15일 그렇게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역사를 시작했다. 41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첫 1주일간의 행사는 4만7,000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고 업계와 정부부처까지 예상지 못한 성공적 반전에 깜짝 놀랐다. “당신들이 엑스포를 알기는 하느냐”, “제주에서 무슨 모터쇼냐”는 세간의 핀잔은 “제주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작은 섬과 사랑에 빠진 이들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새로운 기반을 닦은 지 13년째가 된 2021년. 이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50개국에서 200여개사가 참가하고 5만여명이 관람하는 국제적 박람회이자 학술의 장으로 성장했다.